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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입체 작업물

Self Case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필통을 가지게 된다. 어떤 형태이던 그 속에 내용물을 담고 있던 필통은 그 사람과 종일 함께 하며 열리고 닫혀진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며 쓴 메모, 친구와의 쪽지, 그 외의 작고 자잘한 잃어버릴 법한 것들은 모두 필통 속으로 향했다. 여러 해가 지나자 나의 필통 안에는 마치 보물상자와 같이 추억이 가득한 것들로 채워졌다. 이따금씩 필통을 정리 할 때 마다, 가득 모여있는 추억의 쪽지들로 쉽게 잊혀지고 지나간 순간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까먹었던 스스로와의 약속을 기억해 내기도 하고 숙제를 기억해서 가기도 했다. 그래서 필통은 나에게 항상 가방 속에 있어야 하는 물건 1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친구들의 필통도 가지각색이었다. 누군가는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을 고르고 고르기도 하고 누군가는 어디서 받았다거나 제일 싸고 간편한 것을 택하기도 했다. 그 내용물 또한 색색의 펜이 종류별 용도별로 나뉘어 있는 것부터 정말 최소한의 개수만 들어있는 것까지 다양하다. 귀찮아서. 그냥 있으니까. 라고 하며 들고 다닌다고 해도 그 안에는 그 사람의 취향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와 똑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필통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와 함께하며 투영하는 물건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여러 파편으로 나뉜 조각난 거울을 통해 다양하게 나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미약하게나마 느끼기를 바란다.

 

 

- 2013.6 Self Case

FRP, 미러아크릴

60*60*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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